선 한 줄 소감 : 마음에 들게 잘 뽑혔다. 잔버그는 좀 있음.
오랫동안 기다린 C&C 리마스터가 드디어 나왔다.
리마스터 컬렉션에는 본래 '커맨드앤컨커(C&C1, 타이베리안 돈)'과 '레드얼럿(RA1, 적색경보)' 두 타이틀이 포함되어 있으나
나 개인의 선호도는 타이베리움 시리즈를 레드얼럿보다 월등히 더 좋아하므로 일단 타돈만 조졌다.
게임 첫 기동 시에 인트로 영상이 한 번 나오는데 이 영상이 무려 원작 게임 설치 장면이다.
웨스트우드 게임 설치 화면에 정성이 들어간 거야 유명하지만 이걸 영상화해서 인트로로 쓸 줄이야...
ESD 범람으로 설치 화면은 구경도 힘든 요즘 세상에 굉장히 감성 충만하고도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추억뽕 가산점 받았을 듯.
그럼 이제 리마스터로 인한 변경점들을 한 번 나열해보자.
가장 눈에 띄게 바뀐 건 역시 그래픽으로 보기 깔끔하게 잘 바뀌었다.
공개 초기에는 불만이 좀 보였었는데 출시되고 나선 아직 그래픽에 관한 불만은 보지 못한 듯.
그래픽 전환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처럼 게임 중 스페이스바 키 하나로 스무스하게 작동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UI가 대폭 변경되어서인지 UI까지는 클래식 버전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모드로 해결이... 될라나?
사이드바(UI)는 원작의 2열 스크롤 방식이 아닌, 레드얼럿2부터 정립된 탭전환식 사이드바로 교체되었다.
겉모양새는 엠퍼러배틀포듄-C&C3-RA3-openRA 같은 상대적 최근작들처럼 3줄 라인을 사용하며 유닛 커맨드 창은 따로 없다.
생산 단축키는 F1, F2 등 펑션키를 쓰던 전작들과 달리 크래프트류처럼 알파벳 단축키를 기본 설정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모든 단축키를 변경할 수 있으니 정 마음에 안 들면 바꿔주면 그만이다. 전작들처럼 탭별로 같은 키를 중복해서 할당할 수 있다.
사이드바의 건물/유닛 이미지는 C&C골드 때의 것을 기반으로 삼았으나 잘 보면 세세하게 다른 점들이 눈에 띈다. 틀린그림찾기 잼.
원작에서 생산창에 커서를 올리면 이름과 가격만 표기됐었지만 리마스터는 건물 기능, 유닛 상성 등 간략한 정보도 표기되게 되었다.
캠페인 중간중간 삽입된 FMV는 업스케일하여 화질을 향상시켰다고 하지만 뒤로 갈수록 대충 한 거 같은 느낌이다.
남아있는 소스가 원래 그래서인진 몰라도 뒤쪽 영상일수록 자글자글하게 느껴졌다.
편의기능의 경우 위에서도 언급한 건물이나 유닛 생산에 키변경이 가능한 단축키가 생겼다는 점이나,
더블클릭 동종유닛 선택, 우클릭 컨트롤, 예약생산 지원 등 현대 RTS에서 지원하는 기능들이 많이 추가되었다.
드래그 선택이나 전체유닛 선택을 했을 때 비전투 유닛인 MCV와 하베스터가 선택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다만 많은 이들이 애타게 찾는 '어택땅-공격이동' 기능은 제공되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유저가 많다.
게임이 너무 쉬워지는 걸 바라지 않아서 였을까? 화면 시야 증가에 의한 난이도 저하도 상당할 텐데 왜 그랬는지는 좀 의문이다.
건물 랠리포인트나 유닛쿼리(레얼은 된다)기능 또한 지원하지 않는다. 참고로 부대지정, 화면지정, 산개 등은 원작 때도 지원했던 기능.
유닛 길 찾기 AI는 딱히 개선점이 없어 요즘 게임에 비해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싱글 캠페인의 밸런스와 난이도 유지를 위한 선택이었다 생각하고 이해해 주자.
경우에 따라서 이러한 AI의 맹점을 잘 활용해야만 쉽게 깰 수 있는 미션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해해 주려고 해도 그리드 한 칸짜리 다리에서의 병목현상으로 인한 길 막힘과
하베스터와 리파이너리가 다수일 때 짝을 맞추지 못해 멍 때리거나 멀리 돌아가는 현상은 좀 답답하기는 했다.
OST 는 원체 좋기로 유명했다만 이번에 재녹음해서 '훨씬 나은 걸!' 싶은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좋기는 좋은데... 막귀라서... ㅎ
주크박스 메뉴에서 타돈, 레드얼럿 OST 중 원하는 곡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으며 클래식 OST 를 포함해서 총 203개 트랙이 있다.
나눠서 헤아려보면 타돈 클래식 39개, 리마스터 트랙 44개, 타돈 보너스 15개, 레드얼럿 클래식, 리마스터 각 45개, 레얼 보너스 9개.
두 유닛 이름이 저작권 문제로 바뀌었다. GDI 험-비는 라이트스카웃으로, Nod 아파치는 어택헬리콥터로.
별 상관없다곤 해도 거슬리는 건 사실이라 게임 출시 전부터 창작마당에 이름을 원래대로 돌려주는 모드가 나와있다.
그나저나 험비의 경우 모던워페어에선 법정다툼 끝에 판결이 나와 복구시켰다던데 C&C는 왜 안 복구?
싱글 캠페인은 PC판 모든 미션에 더해 콘솔 전용 미션들이 추가되었다. 구성은 다음과 같다.
본편 28개(선택미션을 제외한 수) + 코버트옵스(비밀작전) 15개 + 공룡미션 5개 + PS용 미션 6개 + N64용 미션 4개.
본편은 좋은 밸런스로 재밌게 할 수 있고, 코버트옵스는 무지막지함, 공룡미션은 이스터에그란 특징이 있는데
콘솔 미션맵들은 좀 단순한 느낌이었다. 특이사항이라면 PS판 Nod 미션2, N64용 Nod 미션2 난이도가 상당했고
PS판 시크릿 미션의 오르카가 좀 유별나게 특수했다는 점 정도?
난이도 설정이 따로 없던 원작과 달리 리마스터에서는 모든 미션을 '캐주얼-노멀-하드' 3단계로
설정해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는데 각 단계별 난이도 줄넘기가 롤러코스터 뺨치는지라 원성이 좀 있다.
캐주얼 난이도는 어택땅도 없는 게임에 어택땅 하듯 유닛을 목적지에 데려다 놓으면 알아서 깨지는 수준이라 심각하게 재미가 없고
노말은 클래식 기존 난이도와 같은 수준이라 할 만하기는 하나 요즘 게임들에 비하면 매운맛이라 어렵다는 불평이 소소하게 나오며
하드는 AI유닛 버프가 너무 심하여 몇몇 미션의 경우 샌드백 꼼수를 쓰지 않고는 깨는 게 불가능해 보일 정도이다.
특히 노말도 어려운 코버트옵스 미션들을 하드로 하면... 괜히 하드로 깨겠다고 깝쳐서 죄송합니다.
이 중 하드는 어렵긴 해도 도전욕을 자극하는 등 클리어하는 맛은 있어서 좋은데, 캐주얼은 정말 너무 심각하게 쉬워서 문제다.
캐주얼과 노말 사이에 평범한 요즘 게임 수준의 난이도가 하나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기본 난이도가 높은 편이어서인지 퀵세이브 기능 또한 지원한다. 게임 특성상 실수 한 번에 게임이 터지는 경우가 많으니 애용하자.
각 미션은 클리어할 때마다 보너스컨텐츠란에 특전영상이나 사진, 음악 등이 추가되는데
본편은 해당 미션 각 FMV 그린 스크린 촬영 영상들이고 그 외는 콘솔판 영상과 네임드 제작진 사진 등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건 정말 소소한 변경점인데 캠페인 미션 종료 후 스코어링 화면에 이름을 남기는 부분에서
원작의 경우 타이핑을 하면 글자가 바깥에서 날아오듯 입력되던 것이 아무 효과 없이 평범하게 타이핑 되도록 바뀌었다. ...
멀티플레이는 레드얼럿과 달리 최대 4인까지 동시 플레이가 지원되며,(레드얼럿은 8인까지 동시 플레이가 된다)
온라인 메뉴는 퀵 매치 래더 대전, 방 참가, 방 생성 등 정말 기본만 있는 구성으로 부실해 보이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순하다.
퀵 매치 래더 대전은 기본 게임 속도가 느려서 살짝 답답했다. 그래도 워낙에 템포가 빠른 게임인 거 같으니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하다.
리플레이도 기본적인 기능만 있다. 전체시야, 유저시야와 기본 정보 등만 표기해주는 듯. 장면 건너뛰기는 좀 버벅거려서 불편했다.
멀티를 팔 생각은 없어서 10판 정도 밖에 해보질 않았지만 출시 초기라 그런지 게임을 완전 처음 해보는 것 같은 유저들도 보였다.
용량은 18.1G로 씨디 두 장이었던 구작 1.2G 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뻥튀기 되었다.
최적화의 경우 때때로 버벅거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경우에 그러는 것인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남들은 잘 되는데 나만 게임 불러오기나 재시작 시 게임이 크래시가 나서 껐다 켜야 하는 불편함도 있고
남들은 또 다른 문제들을 겪고 있는 모양인데 증상이 다들 제각각이라... 여튼 깔끔한 모습이 아닌 건 분명하다.
이상이 눈에 띈 변경점 들이고, 이번 C&C 리마스터 수준을 다른 RTS 리마스터작들과 굳이 비교해보면...
에이지오브엠파이어2(AOE2) 결정판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중간 정도? 의 완성도라 생각한다.
AOE2결정판이야 말해 입만 아플 리마스터의 본보기이고, 스타 리마는 좋기는 허지만 아무래도 약간 아쉬운 점들이 보이는 물건.
특히 스타 리마는 후속작과의 연계나 자의적 해석에 의한 일러스트나 디자인 변화가 상당히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그에 반해 이번 C&C 리마스터는 기존 감각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은 리마스터라 상당히 좋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번 리마스터 작업을 진행한 페트로글리프 게임즈를 좋아하지 않았었다.
한때 유니버스앳워를 하며 페트로글리프 저놈들 상종 못할 퇴물들이라 비방했었고
그레이구 출시를 보고 제작사가 페트로글리프인데 또속냐?ㅋㅋ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8-비트아미즈를 해보며 '아, 그래도 역시 남은 건 이놈들뿐이지ㅋㅋ' 하며 웃펐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런 취급을 하던 페트로글리프가 비록 리마스터일 뿐일지라도 이렇듯 준수하게 결과물을 내놔주니 미안하고 고맙기 그지없다.
다만 아직도 이 사람들이 완전 신작을 내놓을 거라고 하면 그거에 대해선 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쩌랴, 이젠 믿을 만한 곳이 여기 밖에 안 남은 것을. 정말 애증의 스튜디오여...
C&C1 리마스터는 AOE2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 결과물이면 시리즈 부활의 불씨를 살리는 데는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판단이야 EA가 내리겠지만 차후 있어야만 할 타이베리안 선과 레드얼럿2 리마스터도 부디 성공적으로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멀게는 C&C4, 혹은 3편의 리부트까지 바라볼 수 있기를... 제바ㄹ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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