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나왔고 마침내 초회차를 끝냈다

디비니티 오리지널신(이하 오리지널신) 시리즈에 던전앤드래곤(이하 던드)를 끼얹은 결과가 과연 플러스일지 마이너스일지
개발기간 도중 코로나 시즌까지 겹쳐 기대 반 걱정 반이던 게임이었는데
던져진 주사위는 다행히도 대성공이란 결과를 띄운 모양이다

이 게임에 대한 감상을 한줄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제작사가 기존에 잘 하던걸 던드 IP로 크게 만든 게임인데 그 궁합이 좋아 환상적인 시너지를 낸 물건'

전체적으로 참신함이나 새로움보다는 기존에 잘하던 부분을 더욱 높은 퀄리티로 방대하게 만들어낸 느낌이다
제작사의 전작인 오리지널신 시리즈가 각종 저지물과 그 파해 등 탐험을 중시한 게임이었듯이,
발더스 게이트 3 또한 전투나 서사 등 여타 콘텐츠보다 탐험을 중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맵의 어느 방향을 향하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있고 그 해결법은 단순 심부름이 아니란 점까진 오리지널 신과 같으나
발더스 게이트 3 의 사소하면서도 가장 큰 차이점은 던전앤드래곤 IP와 결합되어 전체적으로 낮은 레벨캡을 지닌다는 점이다
별 거 아닌 차이점으로 보이지만 이로써 오리지널신 시리즈 최고의 약점이던 동선제약느낌이 체감상 대폭 완화되었다
특히나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진행 초기부터 유저에게 최고 레벨을 부여하는 등,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를 희생하면서까지 방문순서에 따른 불합리함을 제거하여 오픈월드스러움을 잘 살려냈다
이는 일장일단이 있긴 하지만 '겉보기로만 오픈월드'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던 오리지널신에서보다는 훨씬 RPG에 어울리는 선택으로 보인다

또한 오리지널신도 그랬지만 게임 내내 유저가 무언가 선택을 하고 있다는 기분을 선사해 주는 것에 특히나 치중한 걸로 보인다
대화문에서건 게임 진행에서건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대부분의 경우 3가지 이상 제시하려 애쓰고 있다
게임을 조금만 진행하다 보면 어디에서건 문제들에 대해 정면돌파법과 일반 우회로, 조건부 우회로가 제공되고 있음을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화문의 경우도 선택지에 따라 그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를테면 동료와의 대화에서 '~하니 넌 죽는 게 맞아' 라 하기에 '그래' 하고 넘어가면 
평범한 게임에선 네 각오를 알겠다느니 뭐니 하면서 말을 빙빙 돌리고 똑같은 결과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상대가 그 바람을 이루어주고 그 결과로 내 캐릭터는 즉사하였으며 그대로 게임이 진행되었다
연출을 간소화할 수 있는 다른 아이소메트릭뷰 게임이나 여타 선택지형 게임이 이렇게 진행되는 경우는 종종 봤으나
모든 대화에 컷씬을 쓸 정도로 연출에 공을 들인 게임이 이렇게도 진행되니 기이하게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여튼 이렇듯 탐험이나 선택을 중시했기 때문일까, 전투의 비중은 생각보다는 높지 않게 느껴졌다
게다가 극초반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전투 난이도로 인해 그 깊이가 덜한 것 아닌가 싶은 의문도 들었다
물론 낮은 난이도로 논란이 되는 건 몇몇 사기성 조합의 존재 탓이기는 하지만
다들 알고 있다시피 싱글플레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자체적으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법이다
먼치킨 플레이도 그만의 맛이 있는 법,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지나친 너프는 없었으면 좋겠다
또한 깊이가 얕아 보인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전투를 통해 던드만의 각종 주문과 기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점과 
과장된 연출로 파티의 강력함이 멋지게 표현되고 있음을 보는 맛은 또 유별났기에 전투가 언제 또 나올까를 기대하며 플레이할 수 있었다

추가로 전투에서 언급할 만한 부분은 전투 전 각종 버프를 두르고 돌입하게 되는 점이 발더스 게이트 전작을 연상케 하여 좋았다는 것과
출시 전부터 우려되었던 이동기의 영향력은 역시나 강했다는 점이다. 다만 던드의 룰적 제한 덕에 휴식 없이 난무까진 할 수 없는 정도일 뿐
그리고 AI 조작 캐릭터가 가끔 동작 수행이 오래 걸리거나 아얘 멍 때리기도 하는 점이 조금 거슬렸다. 
얼리액세스 때는 그냥 덜 만들어서 그런가 싶었었는데 그냥 제작상 한계인가 보다 

주안점이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나머지 자잘한 부분들에 대한 언급은 간략히 넘어가도록 하겠다
전체 분량이 다른 게임 2배 이상이라든가
던드 IP가 라리안 게임 특유의 로어적 취약성을 잘 보완하는 것 같다든가
발더스게이트 1, 2편의 캐릭터나 설정의 대우에 대해 호오가 갈리는 것 같다든가
특유의 턴제 전투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든가
안 보여줘도 될 스탯체크 주사위 표기를 굳이 보여줘 몰입감을 올렸다든가
모든 대화에 컷신 도입한 점이 텍스트 압박을 완화하여 유저 유입에 좋을 것이라든가
휴식 제한 퀘스트의 존재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적절한 사기로 느껴진다든가
스타일의 변화, 마감 등 여러 사유로 기인해 후반부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가 많다든가
빽빽한 밀도 탓에 배치가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든가
전투에서의 BGM 변동과 보컬 사용이 좋았다든가
오리지널신 시리즈부터 지적받은 단점들이 여전하다든가 (불편한 카메라 시점과 인벤토리, 전투 시 적턴 스킵 요구, 필드 이동 시 배속 요구)
...하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 보이는 부분들 ㅇㅇ

아, 버그에 관해서는 최대한 버그를 피해보고자 정석적일 것이라 생각되는 루트를 밟아본 결과, 치명적인 버그나 크래시는 한차례도 겪지 못했다
나로서는 참으로 다행인 결과이지만 버그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으므로 세이브 데이터 관리에 유의하도록 하자
대화문에서 대사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지문으로 넘어가는 경우나 컷씬에서의 시점이 이상해지는 등의 사소한 버그는 나 또한 간간히 겪었다

멀티플레이에 관해서는 이번에도 진행해 본 바가 없으므로 따로 언급치 않겠다

여기까지 발더스 게이트 3에서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점들을 한번 늘어놔 봤다. 신경쓰이는 바는 적었고 결어를 어찌할까
이 게임 발매 첫 주에 동시 접속자 기록으로 화제가 되어 통계페이지를 직접 확인해보곤 했다
처음엔 50만을 찍었다기에 놀랐고, 65만 때는 더 놀랐는데 이윽고 87만까지 찍고 마는 것을 보며
'이런 망한 장르 게임의 동접자가 이렇게나 많을 수가 있다고?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싶었었다
이 같은 엄청난 동접자로 추측컨대 이 게임으로 CRPG 장르의 저변이 늘었을 것이고 다가올 콘솔판 출시로 더욱 늘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디 이번 발더스 게이트 3의 등장이 업계를 자극하여 앞으로 더 많은 양질의 CRPG 작품을 볼 수 있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이런 퀄리티의 게임이 자주까지는 아니어도 어쩌다 한 번씩은 꾸준히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잘 나왔으면 하던 게임이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와줘서 참으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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