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어쌔신크리드(어크)는 2편과 브라더후드 이후로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시리즈이다. 전작들을 해놓고선 왜 후속작들은 건드리지 않았을까? 왜긴 왜야, 당연히 땡기지 않으니까 안했었다.
땡기지 않은 이유들이야 많았었다. 우선 중간에 나온 두 편의 게임들(리벨레이션과 3)의 유저평이 좋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후속작들은 주로 캐릭터 내지 스토리에만 관심이 크게 집중되었는데, 이러한 이면에는 게임 내적인 플레이 양상의 변화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추측이 있었다. 특히 어크2편 플레이 당시의 미치도록 길면서도 반복적이기만 한 미션은 후반에 이르러 나를 괴롭게까지 만들었기에 그런 플레이가 유지되고 있다면 더 볼 것도 없었다. 강점으로 내세우는 음모론적 스토리도 와 닿지 않고 말이야.
그나마 2편 시절 어크 시리즈를 붙잡고 있을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장점은 ‘실존하는 명소를 간접체험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랬던 것이 무대가 주요 관광국가인 이탈리아에서 멀어지면서 나의 마음도 멀리 떠났다. 중동과 남북전쟁기의 미국을 배경을 하고 있는 리벨레이션이나 3편은 나에게 관심사 밖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자신에게 어필 못하는 게임을 굳이 해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관심에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거리를 두다가 이번 4편으로 다시 손에 잡게 된 데에는 위와 비슷한 맥락이 하나 작용했다. 바로 바다다. 그냥 바다가 좋아서 잡았다. 바다 보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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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오랜만에 잡아본 어크는 얼마나 변했을까.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플레이를 시작했다. 기본적인 조작 느낌은 여전히 GTA4와 유사하게 직관적이지 않고 약간 모션에 휘둘린 듯한 느낌이 난다. 이거야 취향차이니 그러려니.
우선 어쌔신크리드의 가장 기본적인 플레이인 ‘미행-암살-전투’은 변화가 없었다. 그냥 어크구나 할 정도로 별 차이가 없다. 전투부분만 좀 적어보면 어크-브라더후드 시기부터 아캄시리즈의 영향을 받아왔기에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부분인 만큼 큰 변화를 할 필요는 없었을 거라 생각하긴 한다.(물론 여전히 아캄보단 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굳이 변경 점을 찾아보자면 말로만 듣던 3편에서의 조작방식 변경과 추가된 모션 등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적 구성까지 2편과 비교했을 때도 조금도 바뀌지 않은 점(일반병-정찰병-중보병-경비병 구성)은 충격과 공포였다. 새로운 적도 좀 넣어주고 하면 좋았을 텐데.
플레이 도중 흐름을 깨먹는다고 지적받아오곤 했던 현실세계 파트도 여전히 등장한다. 다만 이번 편에는 1인칭으로 진행되며 1인칭인 만큼 액션은 전무. 오직 스토리 전개와 미니게임 진행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니게임 보상으로는 전작의 뒷이야기들을 알 수 있어 세계관 덕후라면 환영할 만 하다. 그러나 미니게임들은 지루하며 스토리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흐름을 깨먹는 부분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렇듯 게임의 기본적인 부분들은 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어크4편은 그동안 시리즈의 정수 모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도시 구성들은 어떤 도시는 2편 분위기를 풍기는 한편, 3편 분위기를 풍기는 도시도 있고 독자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도 있는 등 적절하게 잘 섞어놓은 느낌이었다. 기존 시리즈에 있었던 자산을 모으고 억압에서 해방시켜 세력을 강화한다는 부분도 충실하며, 다양한 서브미션들도 수중탐사와 같은 새로운 부분이나 암살미션과 같은 전작들의 플레이 양상을 그대로 옮긴 듯한 부분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해전의 비중의 증가로 지루할 정도로 암살만 반복한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템포조절이 적절해 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브라더후드가 좋았던 점은 비교적 짧은 분량 덕에 반복플레이가 지루해질 즈음 게임이 끝난다는 점이었다. 4편은 해전으로 인해 분량을 줄이지 않고도 반복감을 줄였다.) 다만 늘어난 해전의 비중은 해전파트가 싫은 사람에게는 지옥 같은 느낌이 될 것 같기는 하다.
본격적으로 게임의 한 부분이 된 바다는 꽤 다양하게 즐길 거리를 제공해준다. 우선 멋지게 표현된 카리브해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길 수 있으며, 그것만으로 심심하다면 지나다니는 무고한 배들을 침몰시키고 약탈할 수 있다. 바다에 AI 배가 존재하고 그 위치로 이동해서 약탈하는 단순한 플레이만이 아니라 상대 배가 먼저 공격해오기도 하며, 자력으로 상대하기 힘든 강력한 AI 배들이 서로 싸우는 걸 지켜보다가 어부지리격으로 둘 다 낼름 삼켜버릴 수도 있다. 또한 이동이나 전투 중 발생하는 폭풍우와 거친파도, 회오리바람은 시각적으로나 전투상황적으로나 큰 영향을 미쳐 다양한 상황을 연출해 준다. 또한 중간중간에 할 수 있는 상어/고래잡기 미니게임이나 침몰선 탐사들도 바다에 매력을 더한다. 거기에 더해 플레이 하면서 획득 할 수 있는 다양한 노래들은 항해도중 선원들이 언제든지 부르게 할 수 있어서 몰입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점 외에도 4편은 3편에서 까였던 점들을 모두 해소하려고 노력한 듯하단 느낌을 받았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들만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모퉁이 새퀴(3편 주인공) 간지가 안나여ㅜㅜ - 짱짱 백인 해적 인남캐 만들어 쥼.” “대체 주인공은 암살자 후드 언제 입나여? - 이번엔 시작부터 입게 해줌 ㅇㅇ” “해전 괜찮던데 분량 좀 늘려줘여 - 이번엔 그냥 해전을 메인으로 넣어줄게” “아 배경 X구리네요 - 짱 머싯는 카리브해 넣어줌” 등등... 좋아좋아. 덕분에 스토리는 약간 개연성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유저들이 싫어했던 부분들을 해소해줬다는 점은 확실히 긍정적으로 보인다.
별로 인상적인 부분은 아니나 조금이나마 소셜기능도 강화했다. 실시간으로 랭킹이 표시되며 유플레이 친구가 게임 진행 중에 주요 지점을 발견해 공유하면 자신에게도 표시된다고 한다. 좋은 기능이겠구나 싶으면서도 별 쓸모 없을 거 같긴 한데, 막상 확인해보고 싶어도 유플레이 친구가 없어서 확인을 할 수가 없어서 뭐라 언급을 못하겠다.
또한 유플레이로 게임을 다운 받을 시 40~200kb의 클럽박스 사용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별개로 치더라도 클라우드와 세이브 동기화가 잘 되지 않는 점이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하는 동안 4번이나 세이브가 제대로 저장되지 않아 고통 받으며 다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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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얘기해 보자면 어쨌건 3편에서의 해전컨텐츠 발굴과 이번 4편에서의 본격적인 활용은 참으로 성공적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어크시리즈를 일컬어 아캄 2군급 게임이라 조롱해오곤 했으나 이번 4편에서의 독자컨텐츠 구축으로 더 이상 놀려먹기 힘들 것 같아 좀 아쉬운 듯한 못된 생각도 든다. 다만 이렇게 해전을 활용한 것 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차후 시리즈이다. 벌써부터 해적질하고 암살자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의문을 표하고 이게 왜 어쌔신크리드냐고 되묻는 팬도 있다. 그래서 말인데 해전컨텐츠를 포함하여 어크 시리즈의 외전격 브랜드를 하나 내는 건 어떨까 싶다만 그건 유비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줄 요약 - 기본적인 부분은 다 그대론데, 배경이랑 해전 잘 집어넣어서 템포조절 잘 된 듯. 굳. + 유플 훡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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